뮤지컬 '하데스타운' 라이선스 초연은 수작이다. 내년 2월27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이 작품은, 그리스 신화가 바탕으로 고전에 새 숨결을 불어넣었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아내 '에우리디케'를 되찾기 위해 지하 세계로 향하는 '오르페우스', 사계절 중 봄과 여름은 지상에서 가을과 겨울은 지하에서 남편인 '하데스'와 보내는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다. 재즈와 포크 기반의 세련된 음악과 회전 무대 등 영리한 연출로 삶의 순환을 노래한 메시지까지, 빼놓을 것이 없다.
물론 배우들의 열연도 한몫한다. 특히 극 중 부부인 '지옥의 신' 하데스와 그녀의 아름다운 아내 '페르세포네'를 각각 연기하는 실제 부부 김우형(40)·김선영(47)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애잔하고 뜨겁다.
두 배우는 뮤지컬계 톱배우들이기도 하다. 김선영은 1999년 뮤지컬 '페임'으로 데뷔, '에비타' '위키드' '엘리자벳' '잃어버린 얼굴 1895' '호프 :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등에 출연한 '뮤지컬 여제'로 통한다. 2005년 뮤지컬 '그리스'로 데뷔한 김우형은 '아이다' '번지점프를 하다' '고스트' 등을 통해 '로맨틱 가이'로 자리매김했다.
1년의 절반가량을 떨어져 보내는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는 권태기의 중년 부부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내년이면 결혼 10주년이 되는 이 톱 뮤지컬배우 커플은 여전히 함께 있는 것이 즐겁다. 항상 서로를 우선하는 이 커플은 팬들 사이에서 각 이름을 딴 '우선 커플'로도 불린답니다.
하데스는 잊고 있던 사랑의 감정을 오르페우스의 노래를 들은 뒤 일깨우지만, 김우형과 김선영의 사랑 감정은 항상 봄이다. 최근 명동에서 함께 만난 두 배우는 "둘이 함께 있는 것이 여전히 가장 즐겁고 좋다"고 입을 모았다.
두 배우가 같은 뮤지컬에 출연한 건 2011년 '지킬앤하이드' 이후 10년 만이다. 2012년 결혼 이후로는 처음이다. 다음은 김우형, 김선영과 나눈 사랑과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선영 씨와 한 작품에서 함께 연기하는 것이 기대 이상으로 편안하고 안정감이 있어요. 연습실은 물론 공연장에서도 아내 같지 않아요. 동료 같고, 선배 같죠. 이제 한 작품 안에서 연기를 해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전에는 일은 각자 일터에서 하자는 생각이었답니다.
선=뮤지컬은 서로 감정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게 하는 역할이 많잖아요. 저희가 부부인 걸 아시는 분들이 캐릭터에 집중하거나 몰입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을 거 같았어요. 배우가 해당 역할로 보여야 하는데 다른 생각이 드실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거죠. 각자 위치에서 프로답게 일하는 것도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는 이미 부부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면,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는 권태기지만 저는 우형 씨와 사이에서 권태를 느낀 적이 한번도 없어요. 아직도 우형 씨랑 함께 있는 것이 제일 좋고 재밌었습니다
우=실제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 작품을 못했을 겁니다. 각자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어요. 오히려 서로의 호흡을 방해할 거 같았거든요. 너무 오래 만나왔기 때문에(두 배우는 2006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통해 처음 만났다) 따로 말이 필요 없기도 합니다. 서로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어서 어떠한 약속이나 계산 없이도 어색함이 없어요. 그래서 자연스런 시너지가 나오는 거 같아요. 특히 2막에 마지막에 하데스의 감정선이 무너질 때 실제로 선영 씨와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치는 거예요. (그 때 서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애잔한 눈빛은 실제 부부라 가능하다는 관객의 평이 지배적이라고 하자) 친한 실제 부부가 주는 시너지인 거 같답니다.
선=다른 세상에 남편이 있고, 중간 세계에 껴 있는 페르세포네가 버틸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아요. 그녀가 술에 취해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죠.
우=하데스는 신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이 공존해요. 신적인 것을 위해서는 테크닉이 필요했어요. 무엇보다 그 압도적인 분위기를 피지컬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했죠.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철심이 꽂혀 있는 것처럼 몸을 꼿꼿하게 하려고 했어요. 그러다가 2막 마지막에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 태도가 흐트러지는 거죠. 인간적인 거나, 감성적인 부분은 계산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선=페르세포네는 늘 술과 약에 취해 있는데 표현을 해야 하는 노래엔 기술이 묻어 있어야 해서 노래를 부르는 순간엔 각성을 해야죠. '하데스음악'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끔, 딱 맞아 떨어지지 않아요. 그럼에도 '웨이트 포 미' '에픽 3'처럼 화음과 돌림노래로만 엄청난 감동을 받는 노래들이 있습니다. 작곡가 아나이스 미첼의 음악은 참 자유롭고 근사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