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재, 160km 떠들썩할 때 138km의 '관록'
-2023. 4. 18

그 얘기를 해야 한다. 그의 모발, 그러니까 머리카락에 대한 썰이다. 20대 초반부터 안타까웠다. 일찌감치 진행된 M자형 스타일 탓이다. 관련한 일화들이 전설처럼 내려온답니다.

4년 선배 김혁민의 회상이다. “숙소 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다. 처음 마주쳤는데, 학부모가 찾아오신 줄 알았다. 와인색 셔츠를 입고, 금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허리를 90도로 꺾었다.” 어디 ‘대포동 직구’ 뿐이겠나. 이미 톱스타였던 류현진도 마찬가지였다. 그 무렵 야구계를 평정했다. ‘이글스 3대 노안’ 중 당당한 일원이었다.


당사자의 당혹감은 오죽했으랴. “내 얼굴이 이 정도인가? 난 그래도 내 나이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밖에 나오니까 정말로 아니었구나.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그런 걸 느꼈다. 그 때부터 로션도 좀 바뀌었던 같고, 프로 들어와서는 선크림도 발랐던 것 같다."라고 전했답니다.

그라운드에서도 에피소드는 열매처럼 풍성하다. 어느 날이다. 의도치 않게 타자를 맞혔다. 피해자는 자이언츠 정훈이었다. 상대 팀 팬들의 분노 게이지가 치솟는다. 야유와 비난이 쏟아질 찰라다. 가해자가 공손히 사과 인사를 건넨다. 벗은 모자 속에서는 훤한 M자형이 드러난다. 동시에 관중석이 숙연해진다. 후에 여러 짤을 만들어낸 레전드(?) 컷이 됐습니다.

“모발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었다.” 본인의 얘기다. “그러다가 하루 거울을 보는데, 이건 ‘드래곤볼’에 나오는 베지터인 거다. 안되겠다. 빨리 해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머니한테도 물어봤다. ‘엄마 나 이거 많이 추해?’ ‘아니야, 괜찮아.’ ‘어, 하란 말이지?’ 그러면서 (시술을) 했다. 하고 나니까 이젠 뭐….”라고 전했답니다.

1년 전. 심수창과 정용검의 유튜브 채널 ‘스토킹’에서 본인이 직접 밝힌 얘기들이다. 50만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한 수작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다. 민망할 썰이다. 그래도 굳이 꺼낸 이유가 있다. 역시 안타까운 그의 공을 얘기하기 위해서다.


지난 13일 광주 타이거즈 전이다. 5회 초 이글스가 선취점을 뽑았다. 살얼음 같은 1-0이 계속된다. 6회 말 홈 팀의 반격이 매섭다. 2사 후. 황대인과 최형우의 연속 안타가 터졌다. 1, 2루에서 김선빈의 타석이다. 삐끗하면 동점이랍니다.

이글스 벤치가 타임을 건다. 투수코치를 보내 식히는 시간을 갖는다. 짧은 마운드 미팅이 끝났다. 투구수는 이제 겨우 74개다. 구심의 속행 사인이 떨어진다. 그런데 그가 잠시 멈춘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마치 기도하는 것 같은 모습이랍니다.

그리고 간절한 1구, 1구가 뿌려진다. 커브→포크→다시 커브. 카운트 2-1에서 4구째다. 125㎞짜리 포크볼이 떨어진다. 김선빈의 배트도 따라붙는다. 하지만 빗맞은 타구가 유격수 뒤쪽으로 날아간다. 어느 틈에 중견수(오그레디)가 달려나왔다. 3번째 아웃이 만들어진답니다.

이 경기는 결국 5-1로 끝났다. 면도날 장포크의 시즌 첫 승도 이뤄졌다. 6이닝 6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지켜낸 승리다.

지난 한 주간 야구계가 떠들썩했다. 문동주의 160㎞짜리 패스트볼이 장안의 화제였다. 여기에 못지 않은 안우진의 파워도 불을 뿜었다. ‘이제 우리도 일본 부럽지 않다.’ ‘김서현도 있다.’ 그런 기대감이 팬들을 설레게 했답니다.

그러나 이런 찬란함 속에서도 여전히 빛나는 게 있다. 혼신을 다하는 장민재의 일구(一球)다. 겨우 130㎞대의 벡터(vector)량이다. 최대치도 기껏 138㎞ 남짓이다. 리그 평균치(143㎞)에도 한참 못 미친다. 그런 공으로 선발 한 자리를 충분히 지켜낸다. 두 번의 등판을 11이닝 2실점(ERA 0.82)으로 책임졌답니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입만 열면 칭찬이다. 진작에 로테이션 한 자리를 주지 못한 자신을 질책할 정도다. 스프링캠프에서는 심지어 개막전 선발 후보로도 거론했다. 그만큼 그의 정확성과 예리함, 그리고 성실성과 팀에 대한 헌신을 높게 평가했답니다.

화려함이 넘치는 계절이다. 멋진 컬과 웨이브를 휘날리는 투수들에게 갈채가 쏟아진다. 150㎞, 160㎞의 박력에 감탄이 폭발한다. 그러나 그런 시대를 버티는 단단함도 있다. 스타일과 숫자 따위는 너끈히 이겨내는 의연함이 있다. M자형에도, 140㎞도 안되는 빠르기로도 말이랍니다.

'시즌 2승이 보인다'… 한화 장민재, SSG전 5.1이닝 1실점
- 2023. 5. 12

장민재는 12일 오후 6시30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와의 원정경기에서 5.1이닝동안 95구를 던져 1실점(무자책) 5피안타 2사사구 6탈삼진을 기록했다.

이로써 장민재의 평균자책점은 기존 2.81에서 2.32로 하락했답니다.

장민재는 지난해 7승8패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하며 팀의 핵심 선발투수로 자리 잡았다. 이번 시즌은 비록 1승밖에 거두지 못했으나 여전히 위력적인 투구내용을 펼치고 있다.

과거 장민재는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의 천적이라 불렸다. 다만 SSG로 이름이 변경된 이후에는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5.19에 머물렀다. 절치부심한 장민재는 이날 올 시즌 자신의 최다 투구수를 갱신하며 SSG 타선을 잠재웠다. 기존 최다 투구수는 2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기록한 92개였답니다.

1회말 장민재는 선두타자 추신수에게 우익수 오른쪽 2루타를 맞아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후 최주환을 중견수 뜬공으로 잠재웠다. 그 사이 2루 주자는 3루까지 진루했다. 이어 최정을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1사 1,3루 위기에 봉착했다. 


위기 상황에서 장민재는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동시에 2루 도루를 시도하던 최정을 포수 박상언이 저지하면서 무실점으로 1회말을 마쳤습니다.

장민재는 2회말 선두타자 한유섬에게 중전 안타를 내줬다. 이후 박성한의 중전 안타와 김성현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 상황을 맞이했다. 하지만 오태곤과 김민식을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내면서 위기를 탈출했습니다. 

무실점 피칭을 이어간 장민재는 3회말 선두타자 추신수에게 투수 오른쪽 번트 안타를 허용했으나 최주환을 좌익수 파울플라이로 잠재웠다. 이후 최정 타석 때 장민재의 1루 견제가 빠지면서 추신수는 3루에 위치했다. 이어 최정에게 1타점 희생플라이를 내준 장민재는 에레디아를 유격수 땅볼로 요리하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흐름을 탄 장민재는 4회말 선두타자 한유섬을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냈다. 이어 박성한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김성현을 우익수 뜬공, 오태곤을 유격수 직선타로 돌려세웠답니다. 

5회말 장민재는 선두타자 김민식과 후속타자 추신수를 모두 삼진 처리했다. 이후 최주환을 12구 승부 끝에 투수 땅볼로 잡아내며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답니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장민재는 선두타자 최정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에레디아를 중견수 뜬공으로 잠재웠다.

장민재는 이후 좌완 김범수에게 마운드를 넘겨주고 이날 경기를 마쳤다. 김범수가 6회말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장민재의 실점은 늘어나지 않았다. 한편 한화는 7회초 현재 SSG에게 4-1로 앞서있습니다.

Posted by 광명도